[앵커]
학교 앞 도로가 '어린이 보호구역'인 것처럼, 요양원이나 복지관 앞은 '노인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정만 돼있고 관리를 하지 않아 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다시간다, 이솔 기잡니다.
[기자]
3년 전 쓰레기 줍던 80대 노인이 화물 트럭에 치여 숨졌습니다.
[인근 주민 (2020년)]
"사망 사고는 주정차 위반 때문에 났다고 봐야지. 그 사람(운전자)이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고 주차해놨다가 빼다 보니까."
사고가 난 곳은 노인보호구역.
노인 보행자가 많은 복지관이나 요양원, 전통시장 인근에 지정되는데, 차량 속도는 시속 30~50km로 제한되고 불법 주정차 역시 할 수 없습니다.
3년 전 사고가 났던 곳을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도로 바닥에 '노인보호구역'이 적혀있고, 시속 50km 속도제한 표지판도 있습니다.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도 설치돼 한때 도롯가를 점령했던 화물차들도 사라졌습니다.
[인근 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
"단속하는 게 생기고 난 다음에 지금은 괜찮아요. 그게 워낙에 큰일이어서. 아무래도 돌아가셨으니까. 그 뒤에 엄청 정비했죠."
하지만 이곳뿐입니다.
다른 노인보호구역.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로 노인들이 위태롭게 걸어가고, 차들은 경적을 울립니다.
[A씨 / 70대 주민]
"운 좋으면 무사하고 운이 안 좋으려고 하면 거기서 부딪히고 그런 게 있다. 어찌하다가 차가 천천히 가면 또 괜찮은데 속력을 내서 갈 때는 걸림돌이 되지."
노인보호구역 표지판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전시우 / 부산 사상구]
"(노인보호구역인지) 몰랐습니다. 지금 얘기를 해서 알았네. (표지판을) 못 봤어. 여태 다니면서."
속도를 재보니 제한속도 시속 30km의 두 배 넘는 속도로 차들이 내달립니다.
이곳에서 시작된 노인보호구역은 불과 100m도 못 가 끝납니다.
운전자들이 미처 속도를 줄이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겁니다.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고, 내비게이션이 알림도 해주는 어린이보호구역과 비교하면
[현장음]
"어린이 보호구역에 진입했습니다. 서행하세요."
노인보호구역은 표지판이 전부입니다.
[현장음]
"노인보호구역에는 과속 단속 장비가 하나도 없어요. 내비게이션도 아무런 멘트가 없고."
국가가 지원하는 어린이보호구역과 달리 전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합니다.
[서울시 동대문구청 관계자]
"노인보호구역에 대해서는 제가 알기로는 지원받은 바가 없거든요."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 보행자 가운데 노인 비율은 60%에 달합니다.
[이환진 / 도로교통공단 박사]
"인지 능력이라든지 행동 반응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보니까 거의 어린이 수준하고 비슷하다고 봐야 되죠. 이런 분들이 교통사고가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어린이 만큼이나 배려가 필요한 교통약자, 노인 보호에도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시간다 이솔입니다.
PD : 홍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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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김예솔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